“부서지고 뭉개져서 하나가 된다는 표현은 고루해. 한 조각 한 조각으로 흩어져서 돌이킬 수 없는 덩어리가 되는 거야. 뭉쳐도 원래 형태로는 돌아오지 않아. 그래서 마음에 들어.”
그녀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했다. 고작 열한 살의 나이인데도.
“촬영이 두렵지는 않았나요?” 인터뷰어가 둥그런 마이크를 내밀며 묻자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며 입을 뗀 그녀가 눈썹을 살짝 찡그린다.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괜찮았어요.” 정중한 질문에는 정중한 대답을. 어린애 취급엔 어린이와 같은 대답을. 주인공이 아닌 그녀는 영리하다.
“그것들은 정말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요.”
주인공이 소품용 도끼를 휘두르던 모습이 포스터로 크게 나붙었다. 어린 나이에 그만한 연기가 가능하다니, 혀를 내두르는 평론가들이 뒤를 잇는다. 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 어린이답게 마구 문장을 쏟아낸다. 어렵지 않아요. 정말로 어렵지 않아요. 제 안에 있는 세계를 그것들로 뒤바꾸면 돼요. 집을 찾아 돌아가야 하고, 세상은 빨갛고, 전봇대는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이 생겼고, 나는 단단한 갑옷을 입은 채 손에는 그것들을 부술 무기가 들려 있죠.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돌아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실제 짐승과 사람의 뼈를 뒤섞어 만들었다던 소품을 보고도 그녀는 놀라지 않는다. 색소와 딸기잼을 섞어 만든 피에서는 달콤한 맛이 났다.
마네킹의 머리를 내리치면 가짜 뇌가 흘러나와 맨발 아래에 고인다. 두렵지 않다. “그것들은 정말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요.” 주인공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 完